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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선원법은 21세기 노예법?

  • 입력 2021-10-08 10:28:19
  •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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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Gdansk호 (사진=HMM)
[핀포인트뉴스 권현진 기자] 지난 9월 2일 HMM노사는 ‘2021년 임단협’을 77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하며 임금정상화TF를 구성했다. 당시 HMM노조를 비롯한 선원들은 임금 정상화를 요구하며 선원법의 개정 역시 촉구했다.

HMM해원노조 위원장은 “선원법을 과거에는 선주법이라 불렀으나, 지금은 선원 노예법이라 부른다”며 “선원법은 사실상 21세기 노예법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결국 개정돼야 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SM그룹대한해운연합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육상의 근로기준법을 터무니없이 하회하는 선원법을 전면 개정 또는 폐지해 선원도 하나의 인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선원들의 주장에도 ‘노예법’이라 불리는 선원법은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선원법은 정말 근로기준법을 터무니없이 하회하는 ‘21세기 노예법’과 다름이 없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핀포인트뉴스가 근로기준법과 선원법을 비교하고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 선원법, 근로기준법에 하회…‘대체로 사실’

1) 해사노동협약(MLC), 선원법 앞에서는 ‘무용지물’

HMM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해상직원 취업규칙에 따라 해상인력의 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선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채택한 국제협약인 해사노동협약(MLC)에 따라 해상직원의 양호한 근로환경과 생활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기준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해사노동협약(MLC)이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채택한 39개의 협약과 함께 29개의 권고를 단일의 협약으로 통합해 2006년 2월 채택한 국제 협약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1월부터 협약을 발효하고 있다.

MLC의 조항 중 ‘제2장 근로조건’을 살펴보면 항해 및 정박 중 선원들의 일일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주당 통상 시간 수는 국내 법령으로 정하나 주당 4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단체협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으나 보다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원법은 MLC의 해당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고 있다. 바로 선원법 제60조가 그 배경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한다. 다만, 선박소유자와 선원 간에 합의하여 1주간 16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이하 “시간외근로”라 한다)할 수 있다.

② 선박소유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항해당직근무를 하는 선원에게 1주간에 16시간의 범위에서, 그 밖의 선원에게는 1주간에 4시간의 범위에서 시간외근로를 명할 수 있다.

선원법은 1일 근로시간을 8시간, 1주간의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소유자와 선원 간에 합의를 할 경우 일주일에 근로 시간을 16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40시간에 16시간의 초과 근무를 더할 경우 선원들은 일주일에 최대 56시간까지도 근로를 하게 되는 셈이다. MLC가 명시한 주당 48시간의 근무 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셈.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는 “MLC의 조항과 선원법은 일부 배치되는 내용이 있다”며 “MLC가 법률적으로 유효하다면 이러한 선원법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LC의 조항은 권고사항에 해당하거나, 우리나라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나라에는 선원법만 적용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초과근무 초과하는데, 선주 처벌 조항은 없어

선원법에 따라 주 40시간에 16시간의 연장 근무가 포함되면 선원들은 일주일에 최대 56시간까지 근로를 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마저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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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선원의 5월 근무시간기록부

실제 한 HMM 선원의 5월 근무기록표에 따르면 이 선원은 한 달간 하루의 휴일도 없이 매일 10시간씩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달 간 총 306.5시간의 근로를 했고, 초과근무시간만 156.5시간에 달한다. MLC가 규정한 주간 48시간의 규정은 물론 선원법에 명시돼 있는 초과근무 시간도 가뿐히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라도 선주들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별도의 벌칙 조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벌칙을 따로 두어, 해당 사항을 어길 시 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원법 제60조와 관련된 벌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고용주가 최대 56시간의 근로조건을 어기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선원법에 있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만, 벌칙조항까지 중용을 할 수는 없다”며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벌칙 조항이 없다는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원들의 환경은 열악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다는 것은 선원들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 빨간날도 없다…공휴일은 유급휴가 대상에서 제외

근로기준법은 대통령령에 따른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휴일) 제2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특정한 근로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원법 역시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로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원법 제71조를 살펴봤다.

제71조(유급휴가 사용일수의 계산) 선원이 실제 사용한 유급휴가 일수의 계산은 선원이 유급휴가를 목적으로 하선하고 자기나라에 도착한 날(제38조제1항에 따라 통상적으로 송환에 걸리는 기간이 도래하는 날을 말한다)의 다음 날부터 계산하여 승선일(외국에서 승선하는 경우에는 출국일을 말한다) 전날까지의 일수로 하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유급휴가 사용일수에 포함하지 아니한다.

1. 관공서의 공휴일 또는 근로자의 날

2. 선원이 제116조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받은 교육훈련 기간

3. 그 밖에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선원법은 선원들이 유급휴가를 목적으로 하선해 자기나라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승선일전 날 까지를 유급휴가 일수로 메기고 있다. 그러나 공휴일과 교육훈련 기간 등은 유급휴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을 비교해 본 결과, 선원법은 주 16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하며 법적인 근로 시간을 어기더라도 고용자에 대한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점 등을 확인했다. 이에 “선원법은 육상의 근로기준법을 터무니없이 하회”한다는 일부 선원들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명한다.

<참고자료>

1. 선원법

2. 근로기준법

3. 해사노동협약(MLC)

4. HMM선원

5. 법무법인 세창

6. 이 외 다수

권현진 기자 hyunjin@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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