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3,133.64

    (▲8.40 0.27%)

  • 코스닥

    1,034.82

    (▼2.21 -0.21%)

  • 코스피200

    410.97

    (▲1.13 0.28%)

[칼럼] 수박 한 통=서민 한 달 과일값

  • 입력 2021-08-02 05:58:00
  • 이정선 기자
center
픽사베이
[핀포인트뉴스 이정선 기자] 우리가 수박을 ‘구경’하게 된 것은 고려 때였다. 홍다구(洪茶丘)라는 사람이 수도인 개경에서 처음 재배한 것이다.

그런데 홍다구는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

홍다구의 할아버지 홍대순(洪大純)은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기 전에 일찌감치 항복했다. 홍다구의 아버지 홍복원(洪福源)은 몽골의 살리타이가 쳐들어왔을 때 항복하고 몽골의 앞잡이 노릇을 자청했다.
그리고 홍다구는 아예 몽골에 귀화해서 몽골군에 입대했다. 할아버지부터 아들, 손자까지 ‘3대’가 대를 이어 나라를 배반한 것이다.

홍다구는 삼별초의 항쟁까지 억눌렀다. 삼별초가 내세운 승화후 온(溫)과 아들 환(桓)을 죽이고 출세한 것이다. 그러면서 몽골에 잘 보이기 위해 백성을 괴롭혔다. 덕분에 떵떵거리고 살았다.

그랬던 홍다구가 어느 날 개경에서 재배한 과일이 수박이었다.

알다시피, 수박은 달콤하고 시원하다. 냉장고라는 게 없던 당시였지만, 냇물이나 우물 속에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해주는 과일이었다.

수박은 곧바로 온 나라에 유행할 만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세계 최강’인 몽골과 30년이나 맞서서 싸운 고려였다. 뜻 있는 사람들은 나라를 배반한 홍다구를 대하듯 수박을 껄끄러워했다. 그 바람에 수박은 별로 보급되지 못했다고 한다.

보급이 되지 않았으니 수박은 비싼 과일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 5년(1423)에는 환관이 수박을 도둑질했다가 곤장을 무려 100대나 맞는 ‘사건’이 있었다.

“환자 한문직(韓文直)이 주방(酒房)을 맡고 있더니, 수박(西瓜)을 도둑질해 쓴 까닭에 곤장 100대를 치고 영해로 귀양 보내었다.”

‘서과(西瓜)’는 수박이다. 서쪽에서 온 참외라는 뜻이다.

이 수박 한 통 가격이 자그마치 3만5000원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강원도 양구 수박 7㎏짜리 이상 한 통이 3만4800원,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상품 기준으로 재배지와 무게에 따라 1만6800~3만9200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수도권에 거주하는 가구가 과일값으로 지출하는 돈이 연간 35만7000원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농촌진흥청의 2010∼2019년 소비자패널 조사자료 중 경기도·서울시·인천시 등 수도권 742가구의 과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47회, 35만7000원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35만7000원이면 한 달 평균 2만9750원이다. 거의 3만 원이다. 한 달에 3만 원을 과일값으로 쓰는 가구가 큰맘 먹고 수박 한 통을 샀을 경우, 그 가구는 한 달 내내 과일 구경도 하기 어렵게 생겼다.

수박값이 비싼 것은 어제오늘 아니다. 수박의 반쪽 또는 반의 반쪽을 비닐 랩으로 포장한 ‘미니 수박’이 등장한지 오래다.

값이 부담스러우면 덜 먹는 수밖에 없다. 시원한 수박 생각이 날 때 ‘홍다구’를 떠올리며 건너뛰는 것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

<저작권자 © 핀포인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HOT 뉴스

Pin's Pick

바로가기

포토뉴스 2021년 0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