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은행, 주주의 우산은 어디로 갔나?

2020-09-25 06:00:00

2018년 2월 이후 주가 54.7% 하락...다양한 정부 정책에 피로감 누적
NIM 하락에 네 차례 유상증자...소액주주 우산 뺏는단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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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Quantiwise, 핀포인트뉴스
[핀포인트뉴스=백청운 기자]
기업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주가 및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평균치가 2018년 이후 내리막이다.

주가는 종가기준 2018년 2월 28일에 1만7200원을 기록한 후 현재 7790원까지 하락했다. 목표주가 평균치 역시 같은 기간 2만1000원대에서 9771원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정부정책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기업은행의 주력 수익처인 중소기업대출의 경쟁이 심화됐다. 2019년부터 이어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금리차도 축소됐다. 또한 올해는 기획재정부를 신주배정 대상으로 네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여 주당순이익이 매우 낮아졌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기업은행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물론 국책은행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소액주주의 우산을 뺏고 있다는 의문은 피할 수 없다.

2018년 상반기 분위기 좋음

2018년 1분기 기업은행을 분석하는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은행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시작은 IBK투자증권이 기업은행 목표주가를 2만2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 후 SK증권, 미래에셋대우,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연구원이 1분기중 기업은행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당시 증권사 대부분의 보고서는 기업은행을 “특별한 이벤트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자이익 및 비이자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대손충당금이 안정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이익창출력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분석했다.

실제 주가의 흐름도 좋았다. 2018년 2월 28일에는 최근 3년간 최고가(종가기준)인 1만7200원을 기록했다.

2분기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현대차증권이 다시 한 번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키움증권은 세 번이나 목표주가를 조정하면서 2만3000원까지 상승시켰다. 당시 기업은행을 분석하는 15개의 증권사 가운데 9개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았다.

정부의 가계대출규제 심화...중소기업대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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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핀포인트뉴스
2018년 3분기 이후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7월 미래에셋대우는 목표주가를 2만2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하향조정했고 이어 키움증권도 목표주가를 1000원 내렸다. 심지어 10월에는 KB증권이 목표주가를 1만7500원으로 제시하며 기존대비 -14.3% 대폭 조정했다.

당시 목표가를 하향한 한 증권사의 보고서는 “가계대출에서 규제가 심화되어 중소기업대출의 경쟁 심화 우려를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된다”고 분석했다.

기업은행은 대출 구성측면에서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가계대출에 치중하는 반면 2018년 6월 말 기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78.8%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가계대출에서 규제가 심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처로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경우 기업은행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이 악화된다.

실제로 2018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완화적인 대출태도가 이어지고 있어 기업은행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7월 중 1만6000원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12월 중 1만4000원대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NIM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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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기업은행, 핀포인트뉴스
2019년부터는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NIM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은행의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볼 수 있다.

NIM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부진에 따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적게 하락한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면 고객이 은행에 예금하지 않거나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NIM도 하락한다.

은행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25bp 인하는 이론적으로 NIM에 평균 ‘-3bp’ 내외의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기준금리를 50bp 인하(1.75%→1.25%)했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이유였다. 이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를 0.5%까지 75bp 인하했다.

이에 지난해 기업은행의 NIM은 16bp 하락했다. NIM이 하락하면서 기업은행의 수익도 악화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62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7642억원 대비 7.7%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업은행의 NIM은 전년 말에 비해 14bp하락하였고 당기순이익은 8210억원으로 전년대비 16.7% 급감했다.

이어지는 유상증자...주주 우산 뺏기 지적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을 위해 설립됐다. 대한민국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의 지분 6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기업은행장도 기획재정부 출신인 윤종원 행장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국책은행인 만큼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따라서 경기가 악화될 때 오히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확대한다.

올해도 코로나19사태로 정부주도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에 나섰다. 대출 확대뿐 아니라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납입 유예,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 조치를 취했다.

이에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7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5%(13조8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22.8%로 사상최대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의 우산만 챙기고 소액주주의 우산은 뺏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과정이 기업은행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총 네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2688억원이 충원됐고 보통주 1억6150만주가 증가했다. 유상증자 전 보통주 물량의 27.9% 수준이다.

증자를 통해 주식수가 늘어나면 희석화(주식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가 발생한다.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당순이익(EPS)와 주당배당금(DPS)가 감소한다. EPS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수익배수(PER)은 상승하고, 자본총계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하락한다.

투자지표 상 투자매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식이 27.9% 증가하여 주당순이익은 작년 2517원에서 올해 1909원으로 하락했다. 주당배당금도 670원에서 올해는 58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번 네 번의 유상증자 방식은 모두 제3자배정증자 방식이다. 제3자배정증자란 기업은행의 신주인수권을 특정한 제3자에게 부여하는 것인데, 네 번의 유상증자 모두 기획재정부가 대상이다. 기업은행의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더 확보해 희석화를 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주주뿐만 아니라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및 하반기 중소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을 위한 기업은행의 유상증자가 4차례 진행됐다”며 “정책 은행으로서의 역할 수행 당위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동시에 소액주주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청운 기자 a010912789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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