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에 2조 푼 상품권, 기초수급자엔 ‘무용지물’

2020-03-13 15:44:31

52만원 넘는 지역사랑상품권 모바일로만 사용?...노인·장애인·아동·시설대상자는 난색
지자체 복지담당, 취지는 이해하나 방법은 잘못...‘사회적 거리두기’와 역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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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한정될 경우, 정작 수급자들이 제대로 사용도 할 수 없는 ‘그림의 떡’ 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2조원 가까운 상품권을 발급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아직 지류상품권으로 발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바일 상품권 등으로 발행, 사용해야 하지만 이에 따른 제약이 많고 일부에서는 부정수급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은 정부의 추경 취지는 이해하나 세부적 이행방안 없이 정책이 진행된다면 목적보다는 선거를 앞둔 선심성 추경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2일 정부 부처 등이 일선 시도 담당자들에게 보낸 업무 협조 공문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 예산안 국회통과 이후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사업 방안 등을 의견 수렴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가 입수한 이 공문(안)에는 정부가 기초생활 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지급을 통해 생활 안정과 소비여력 제고를 목적으로 한 사업의 시행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약 138만 가구에 3월말부터 7월말 까지 4개월간 급여자격별 가구원수별 상품권을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정부가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등에게 2조 326억원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을 나눠주겠다고 밝힌 추경안에 대해 일선 지자체의 구체적인 실행을 사전 조사하겠다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서울시의 경우 정부가 약 1500여억원을 전액 국비로 책정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온누리 상품권 등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또 지자체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 중인 상품권 종류와 지급 예상 수량 등을 조속히 회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접한 일선 지자체 담당자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용자들에게 실질적 효과가 없고 정부의 코로나 확산 방지대책과 대치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소득층, 모바일은 무용지물...지류는 사용·구매도 어려워

정부의 코로나 추경안에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상품권(온누리상품권 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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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하기위한 절차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까지 적극 홍보에 나서며 이번 추경이 저소득층의 한시생활지원을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싣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일단 1인가구 기준 생계·의료비 (52만원)과 주거·교육(40만원)을 지급기준으로 계획하고 4개월 한시적으로 대상자가 관할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이를 수령토록 계획했다.

그러나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은 정부의 이번 지원책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총선을 앞둔 선심성 지원이 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지류 상품권의 경우 온누리 상품권은 사용 가능지역이 재래시장 등으로 한정돼 이용이 불편하고 상품권 수급도 쉽지 않은 상태다.
실제 온누리 상품권 구입처인 농협의 경우 상당수의 상품권이 품절된 상태고 또 다른 구입처인 우리은행 역시 지점별로 월 1억원의 상품권만 판매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또 판매를 담당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대량 구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자체 담당자들이 약 1500억원 상당의 지류 상품권을 4개월여간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막상 지류 상품권이 대상자들에게 지급돼도 문제다.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시설 수급자나 중증 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외출이 어렵고 상품권을 직접사용이 곤란하다.

또 시설 수급자의 경우,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경우라도 경기도 및 강원도에 소재가 되어 있고 시설장에게 지류 상품권을 지급할 경우, 지역사회와 상관없이 사용이 될 수 있어 당초 정부가 주장하는 목적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외에도 관련 시설장의 부정 사용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목적은 공감이 가지만 현재 지류 상품권으로 배포할 경우 수급자들이 할인율을 적용받아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 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품권 수령 역시 다중이 이용하는 동주민센터를 방문해야 되기 때문에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도 역행하는 일이며 지자체의 엄청난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류 상품권의 문제를 보완하는 모바일 전용 지역사랑상품권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현재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모바일 상품권을 사용을 원칙으로 검토 중이나, 일선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대부분이 노인과 장애인, 희귀질환, 질병자, 알콜중독자 등으로 제로페이로 환원해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실제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모바일 상품권은 △선물수신 △등록절차 확인 △등록처 앱 실행(본인명의 핸드폰 인증)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 메뉴선택 △pin번호 입력 △선물완료 과정을 거쳐야 하고 통장 계좌번호 등을 등록해야 한다.

이는 과정도 어려울뿐더러 시간도 상당히 소요돼 청년층 이외에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자가 직접 앱에 접속하고 등록과정을 시험한 결과 등록까지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한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고자 하는 젊은 층도 상당히 시간이 걸려서 익혀야 하고 실제로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 및 중증장애인에게 사용을 권고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일부 수급자들은 통장이 압류돼 있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계좌 등록 후 사용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울사랑 지류상품권 발행이나 충전식 선불카드 도입, 문화누리카드 사용처 이용 확대 등을 이용하면 인력낭비와 효율성 차원에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중기부와 복지부, 기재부간 의견 교환이 쉽지 않은 상태 같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경기에 짧은 시간 안에 추경이 급조되어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은 채 혈세가 낭비되는 거 아닌지, 현장의 실무 담당자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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